이상봉 개인전
- 潛像(나, 드러내기) -
장소 :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전시실(예술회관역 6번출구)
일시 : 2010년 5월 21일(금) ~ 27일(목)
<작가노트 - 이상봉>
‘潛像’ -나, 드러내기-
'潛像'(잠상)은 장애인의 삶 속에 내제되어 있는 꿈과 희망을 표현해 내고자 하는 본 작가의 장기 프로젝트이다. 그 첫 번째 시도인 이번 전시는 시각장애 청소년이 갖고 있는 꿈과 희망과 소망을 담았다.
그동안 우리는 장애인과 동일한 공간에서 함께 호흡하고, 함께 공존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음에도 그들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갖고 있었다 - 동정과 보살핌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사고의 왜곡 - 그러나 장애인이 갖고 있는 육체의 장애는 단지 생활에 있어서 불편할 뿐이지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얄팍한 우월감으로 그 사실을 간과하여 왔다.
장애인과 일반인 사이에는 서로 동일시되는 중화의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 모두와 함께 하고, 자신의 모습을 거침없이 드러내어 일반인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중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절대로 이웃이 될 수 없다. 장애를 숨기지 않고 더 많이 보여주고, 더 많이 어우러지다보면 그 장애를 장애로 인식하지 못하고 어우려 함께 살고 있는 자신과 이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작품속의 인물들은 본 사진가와 길게는 12년, 짧게는 1년여를 스승과 제자라는 특별한 관계 속에서 함께 생활해 왔다. 함께 하는 동안 아이들이 갖고 있는 깨끗하고, 밝고, 긍정적이며 희망적인 내면의 모습을 보면서 그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싶었고 이제사 여기에 내 놓는다.
작품에 있는 이름은 본인들이 직접 쓴 자신의 이름이다. 이들은 가려져 있는 내면의 검정부분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스스로 밝히며 세상에 나아가고 있다. 이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작은 편견을 파헤치며 그 안에서 인간다움을 찾으려는 극히 작은 동화의 몸부림이며 사고이다.
이들은 우리의 이웃이다. 이웃 안에서 그 누구보다도 진한 감동을 주는 용기있는 아름다운 우리의 이웃이다.
<작품서평 1 -홍순태>
‘잠상’ (나, 드러내기)
사진이 발명된 이래 가장 많이 촬영된 사진은 초상사진일 것이다. 수많은 사진가들이 새로운 자신만의 사진적 스타일을 개척해 발전시켰다. 그 중에서도 제일 먼저 예술적 시각의 초상사진을 시도한 David Octvius Hill, 클로즈업에 의한 강렬한 가정묘사를 시도한 Julia Margaret Cameron 여사, Nadar, 렘브란트 광선에 의한 고전적 사진표현의 Yousuf Karsh, 자신의 주관적 이미지에 맞는 인물을 선택해 촬영하는 Richard Avedon, 인물을 독립된 개체로 해설하여 그 시대의 공동체로서 운명을 같이한 인물로 해석하는 August Sander 등 기라성 같은 초상사진가들이 활동했다. 그러나 이상봉의 ‘잠상’(나, 드러내기)에 가장 가까운 유형은 여류 사진가 Diane Arbus일 것이다. Robert Frank가 새로운 현대사진의 시발점이라면 Diane Arbus의 사진은 그 새로운 변화의 중심축이다.
‘잠상’(나, 드러내기)의 사진에서 주목할 점은 오늘날의 사진인들을 고찰해 볼 때 Henri Cartier-Bresson의 ’결정적 순간‘이나 Edward Steichen의 ’The Family of Man'과 같은 감상주의적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구태의연한 사진에서 벗어나 Diane Arbus의 사진에 접근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단일 주제인 시각장애인의 꿈을 즉 그들의 잠재의식의 세계를 냉정한 감정으로 그들의 마음속에 잠재한 의식세계를 분출시켜 그들도 당당한 정성적인 인격체이며 삶의 갈구가 의연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알리려는 커뮤니케이션의 시각과 포토 캠페인의 열의가 담긴 사진들이다.
사진적 테크닉 면에서 볼 때에도 자연스러운 연출력과 소도구의 적절한 활용에 의해 그들이 간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확실한 메시지를 감상자들에 전달해 준다. 조명의 테크닉도 과장됨이 없이 무난하다. 강렬한 콘트라스트나 인물의 성격표현과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해서 백라이트나 사이드 라이트를 구사하지 않고 부드럽고 엷은 광선을 주로 하여 피사체에는 셰도우 부분을 배제시켜 부담 없이 그 인물을 감상하도록 유도한다. 어색한 느낌이 들기 쉬운 정면대결의 시각을 다양한 연출에 의한 포즈로 커버하고 있다. 사진은 모두 정방형 포맷이다. 장방형 보다는 심리적으로 자신의 사진에 대한 구속력을 갖는다.
우리들은 이상봉의 나, 드러내기를 통해 그들이 시각장애인으로서 비록 앞은 보지 못하지만 그들의 의식과 꿈만은 우리들의 것과 같다는 의식의 동일성을 발견함은 새롭고 중요한 인식이다. 사진은 결국 외형의 형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찍는 자와 찍히는 자의 내면상태를 투영해야 한다.
홍 순 태 한국 사진학회 회장 역임
신구대 사진과 명예교수
<작품서평2 - 이경서>
인간은 육감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다스려 나간다
인간은 육감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다스려 나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때문에 장애인을 바라볼 때 무엇인가 하나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정상인에 비해 상당부분 부족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단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전부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장애인의 상당수는 자신의 부족한 감각에 대하여 좌절하거나 불편한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다. 오히려 부족한 하나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 정상인에 비해 더 감각적일 수 있다는데서 행복지수는 정상인보다 더 높다는 것이 장애인과 접하는 사람들의 말이고 보면. 우리의 편견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잘 나타내주고 있다.
비 정상인을 촬영한 사진가로 잘 알려진 다이안 아버스 (Diane Arbus, 미국, 1923∼1971)도 사진의 대상이 되었던 장애인들은 전쟁이나 사고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삶을 살다가 불행을 경험한 사람들이 아니고 대부분 태어날 때 부터 선천적으로 비정상적인 삶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였는데 이들을 바라보는 아버스의 입장은 동정심이나 연민의 정 따위가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비정하게 바라보거나 비꼬는 것은 더욱이 아니었다. 오히려 순진함과 놀라움의 입장에서 정말 아무런 가치도 부여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을 발견하고 사진으로 표현했었다. 정상인들의 생활 속에서 밀려나 있는 예외적인 인간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인간의 중심권에 끌어들였다.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음을 강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이상봉의 사진은 대상에서는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그러나 이상봉은 시각장애인들과 수십년 생활을 같이해 오면서 제자들의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그들의 꿈과 비젼을 발견하였고 그들에게 더욱 확고한 소망을 심어주기 위해 호흡을 같이해 왔다. 그러기에 장애인의 특성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이상봉은 가슴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시각 장애인 그들은 물체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이상봉은 실제의 물체를 통해 물체가 가지는 간접적인 이미지를 형상화시켜 그들에게 꿈을 각인 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진의 출발은 검은 배경으로부터 시작된다. 시각장애인들은 분명 시각적인 면에서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므로 대상을 확인하는 방법이 정상인과는 차별화된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상봉은 시각적 제로 바탕을 검정으로 설정하고 그 위에 대상을 배치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시각적으로는 인식이 어려운 마치 캄캄한 터널 속을 빠져나왔을 때의 환희와 같이 희망을 찾은 장애인들의 설레는 마음을 차분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손에 들려진 물체들은 시각적으로 인식이 되지 않지만 그들 나름의 발달된 촉각과 청각을 통해 자신들이 느끼고 지향하는 이상으로 승회시키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상봉은 이들의 마음을 지켜보고 있다.
시각장애인 하면 대표적인 인물로 우리는 종종 헬렌켈러(Keller, Helen Adams 1880, 6.27~1968.6.10)를 연상하게 된다.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삼중고(三重苦)의 성녀로 일컬어지는 그녀가 마음의 힘, 정신의 힘으로 감히 정상인들도 이루지 못하는 하버드대학교를 우수한 성저긍로 졸업하고 사회사업가로서 성장한 것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그러나 그녀가 있기까지 모든 뒷바라지와 함께 꿈과 비젼을 심어준 그의 스승 애니 설리반(Annie Sullivan 1886~1936) 선생님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상봉이 바로 설리반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이상봉의 사진은 사진이 아니라 꿈이며 희망이며, 비젼이다. 그래서 그는 가슴으로 사진을 찍어 나가고 있다.
전 경찰종합학교 사진과 외래교수
사진모임 빛과공간 자문위원
이상봉 개인전
- 潛像(나, 드러내기) -
장소 :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전시실(예술회관역 6번출구)
일시 : 2010년 5월 21일(금) ~ 27일(목)
<작가노트 - 이상봉>
‘潛像’ -나, 드러내기-
'潛像'(잠상)은 장애인의 삶 속에 내제되어 있는 꿈과 희망을 표현해 내고자 하는 본 작가의 장기 프로젝트이다. 그 첫 번째 시도인 이번 전시는 시각장애 청소년이 갖고 있는 꿈과 희망과 소망을 담았다.
그동안 우리는 장애인과 동일한 공간에서 함께 호흡하고, 함께 공존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음에도 그들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갖고 있었다 - 동정과 보살핌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사고의 왜곡 - 그러나 장애인이 갖고 있는 육체의 장애는 단지 생활에 있어서 불편할 뿐이지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얄팍한 우월감으로 그 사실을 간과하여 왔다.
장애인과 일반인 사이에는 서로 동일시되는 중화의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 모두와 함께 하고, 자신의 모습을 거침없이 드러내어 일반인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중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절대로 이웃이 될 수 없다. 장애를 숨기지 않고 더 많이 보여주고, 더 많이 어우러지다보면 그 장애를 장애로 인식하지 못하고 어우려 함께 살고 있는 자신과 이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작품속의 인물들은 본 사진가와 길게는 12년, 짧게는 1년여를 스승과 제자라는 특별한 관계 속에서 함께 생활해 왔다. 함께 하는 동안 아이들이 갖고 있는 깨끗하고, 밝고, 긍정적이며 희망적인 내면의 모습을 보면서 그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싶었고 이제사 여기에 내 놓는다.
작품에 있는 이름은 본인들이 직접 쓴 자신의 이름이다. 이들은 가려져 있는 내면의 검정부분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스스로 밝히며 세상에 나아가고 있다. 이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작은 편견을 파헤치며 그 안에서 인간다움을 찾으려는 극히 작은 동화의 몸부림이며 사고이다.
이들은 우리의 이웃이다. 이웃 안에서 그 누구보다도 진한 감동을 주는 용기있는 아름다운 우리의 이웃이다.
<작품서평 1 -홍순태>
‘잠상’ (나, 드러내기)
사진이 발명된 이래 가장 많이 촬영된 사진은 초상사진일 것이다. 수많은 사진가들이 새로운 자신만의 사진적 스타일을 개척해 발전시켰다. 그 중에서도 제일 먼저 예술적 시각의 초상사진을 시도한 David Octvius Hill, 클로즈업에 의한 강렬한 가정묘사를 시도한 Julia Margaret Cameron 여사, Nadar, 렘브란트 광선에 의한 고전적 사진표현의 Yousuf Karsh, 자신의 주관적 이미지에 맞는 인물을 선택해 촬영하는 Richard Avedon, 인물을 독립된 개체로 해설하여 그 시대의 공동체로서 운명을 같이한 인물로 해석하는 August Sander 등 기라성 같은 초상사진가들이 활동했다. 그러나 이상봉의 ‘잠상’(나, 드러내기)에 가장 가까운 유형은 여류 사진가 Diane Arbus일 것이다. Robert Frank가 새로운 현대사진의 시발점이라면 Diane Arbus의 사진은 그 새로운 변화의 중심축이다.
‘잠상’(나, 드러내기)의 사진에서 주목할 점은 오늘날의 사진인들을 고찰해 볼 때 Henri Cartier-Bresson의 ’결정적 순간‘이나 Edward Steichen의 ’The Family of Man'과 같은 감상주의적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구태의연한 사진에서 벗어나 Diane Arbus의 사진에 접근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단일 주제인 시각장애인의 꿈을 즉 그들의 잠재의식의 세계를 냉정한 감정으로 그들의 마음속에 잠재한 의식세계를 분출시켜 그들도 당당한 정성적인 인격체이며 삶의 갈구가 의연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알리려는 커뮤니케이션의 시각과 포토 캠페인의 열의가 담긴 사진들이다.
사진적 테크닉 면에서 볼 때에도 자연스러운 연출력과 소도구의 적절한 활용에 의해 그들이 간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확실한 메시지를 감상자들에 전달해 준다. 조명의 테크닉도 과장됨이 없이 무난하다. 강렬한 콘트라스트나 인물의 성격표현과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해서 백라이트나 사이드 라이트를 구사하지 않고 부드럽고 엷은 광선을 주로 하여 피사체에는 셰도우 부분을 배제시켜 부담 없이 그 인물을 감상하도록 유도한다. 어색한 느낌이 들기 쉬운 정면대결의 시각을 다양한 연출에 의한 포즈로 커버하고 있다. 사진은 모두 정방형 포맷이다. 장방형 보다는 심리적으로 자신의 사진에 대한 구속력을 갖는다.
우리들은 이상봉의 나, 드러내기를 통해 그들이 시각장애인으로서 비록 앞은 보지 못하지만 그들의 의식과 꿈만은 우리들의 것과 같다는 의식의 동일성을 발견함은 새롭고 중요한 인식이다. 사진은 결국 외형의 형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찍는 자와 찍히는 자의 내면상태를 투영해야 한다.
홍 순 태 한국 사진학회 회장 역임
신구대 사진과 명예교수
<작품서평2 - 이경서>
인간은 육감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다스려 나간다
인간은 육감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다스려 나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때문에 장애인을 바라볼 때 무엇인가 하나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정상인에 비해 상당부분 부족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단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전부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장애인의 상당수는 자신의 부족한 감각에 대하여 좌절하거나 불편한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다. 오히려 부족한 하나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 정상인에 비해 더 감각적일 수 있다는데서 행복지수는 정상인보다 더 높다는 것이 장애인과 접하는 사람들의 말이고 보면. 우리의 편견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잘 나타내주고 있다.
비 정상인을 촬영한 사진가로 잘 알려진 다이안 아버스 (Diane Arbus, 미국, 1923∼1971)도 사진의 대상이 되었던 장애인들은 전쟁이나 사고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삶을 살다가 불행을 경험한 사람들이 아니고 대부분 태어날 때 부터 선천적으로 비정상적인 삶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였는데 이들을 바라보는 아버스의 입장은 동정심이나 연민의 정 따위가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비정하게 바라보거나 비꼬는 것은 더욱이 아니었다. 오히려 순진함과 놀라움의 입장에서 정말 아무런 가치도 부여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을 발견하고 사진으로 표현했었다. 정상인들의 생활 속에서 밀려나 있는 예외적인 인간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인간의 중심권에 끌어들였다.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음을 강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이상봉의 사진은 대상에서는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그러나 이상봉은 시각장애인들과 수십년 생활을 같이해 오면서 제자들의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그들의 꿈과 비젼을 발견하였고 그들에게 더욱 확고한 소망을 심어주기 위해 호흡을 같이해 왔다. 그러기에 장애인의 특성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이상봉은 가슴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시각 장애인 그들은 물체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이상봉은 실제의 물체를 통해 물체가 가지는 간접적인 이미지를 형상화시켜 그들에게 꿈을 각인 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진의 출발은 검은 배경으로부터 시작된다. 시각장애인들은 분명 시각적인 면에서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므로 대상을 확인하는 방법이 정상인과는 차별화된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상봉은 시각적 제로 바탕을 검정으로 설정하고 그 위에 대상을 배치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시각적으로는 인식이 어려운 마치 캄캄한 터널 속을 빠져나왔을 때의 환희와 같이 희망을 찾은 장애인들의 설레는 마음을 차분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손에 들려진 물체들은 시각적으로 인식이 되지 않지만 그들 나름의 발달된 촉각과 청각을 통해 자신들이 느끼고 지향하는 이상으로 승회시키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상봉은 이들의 마음을 지켜보고 있다.
시각장애인 하면 대표적인 인물로 우리는 종종 헬렌켈러(Keller, Helen Adams 1880, 6.27~1968.6.10)를 연상하게 된다.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삼중고(三重苦)의 성녀로 일컬어지는 그녀가 마음의 힘, 정신의 힘으로 감히 정상인들도 이루지 못하는 하버드대학교를 우수한 성저긍로 졸업하고 사회사업가로서 성장한 것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그러나 그녀가 있기까지 모든 뒷바라지와 함께 꿈과 비젼을 심어준 그의 스승 애니 설리반(Annie Sullivan 1886~1936) 선생님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상봉이 바로 설리반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이상봉의 사진은 사진이 아니라 꿈이며 희망이며, 비젼이다. 그래서 그는 가슴으로 사진을 찍어 나가고 있다.
전 경찰종합학교 사진과 외래교수
사진모임 빛과공간 자문위원